기이한 만남 

필자가 콜커타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밤 9시경이었다. 

그후 인도 현지인 로이 선교사님댁에서 여정을 풀고 이제 여독이 풀리기를 기대하며 

다음 사역을 위해 잠시 쉬며 눞기를 바랬지만 우리 일행은 그날 밤에 순더반을 향하여 출발한단다.

순더반이라는 지역은 인도와 뱅글라데시 사이의 국경을 중심으로 삼각 델타하구지역이다.

이제 이 순더반지역의 섬들을 방문하면서 일 주일간의 사역이 시작된다.


비행기에서 쌓인 여독으로 무거운 몸을 끌고 다시 버스에 짐을 옮겨 실었다.

그때부터 덜컹거리며  3시간가량을 가더니 멈춘곳은 한 강가의 작은 마루터였다.

전깃불도 없는 깜깜한 어둠을 후래쉬를 비추며 무거운 짐을 끌고 한참을 걸었을때 한 나룻터에서 

낡아 삐거덕거리는 배가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배를 타고 순더반 지역 섬들을 다니며 치료와 복음을 전함)


필자는 잠시라도 누워 쉬고 잠부터 자기를 원했건만 기대와는 달리 

다시 그 배에 짐을 싣고 2-3시간을 달려야한단다.

이 일을 어찌하랴!

순간적으로 머리를 스쳐지나가는 생각은 이거 참 큰일났구나!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함께한 일행들은 이 사역을 마치면 그것으로 끝나지만 

필자는 이 사역을 마치고 이어서 콜커타에서의 사역, 

그후 비사카파트남에서의 사역, 

그것을 마친후 캄보디아로 날아가 

그곳에서 다시 6개 마을을 순회하며 이어지는 미션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런 무리한 일정이 계속된다면 감당키 어려운데...

걱정만 앞설 뿐이었다.

                                      

(강가에 일열로 늘어선 화장실의 모습, 

여기서 오물섞인 물로 식기를 세척하여 다시 사용하므로 A, E형간염을 염려함)


그러나 어찌하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을...

어둠을 헤치고 무거운 가방을  작은 배로 옮겨 싣고나니 

이제 부터 두어시간을 달리면 우리의 목적지에 도착한단다.

차갑고 세찬 강바람을 맞으며 달리기 시작하는데 

필자의 머리속에는 오직 몸을 기대어 누울 곳을 찾아야겠다는 생각밖엔 없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그런 장소는 보이질 않아 

가방에서 두꺼운 자켙을 꺼내 걸치고 뱃마루에 걸터앉아 떨며 

마침내 도착한 곳은 우리 일행이 사역할 섬의 한 나루터, 

이제는 잠시 눈을 붙일 수 있겠다는 기대는 이내 무너지고 

다시 배에서 날이 새기까지 기다리며 잠시 새우잠을 자고나서 바로 사역에 들어간단다.

아 산넘어 산이로구나!

섬을 둘러보면 혹시 누울곳이 있겠나 싶어 갯뻘을 간신히 지나 후래쉬를 비추며 둘러보다가

어둠가운데 사람모양을 한 물체가 보여 자세히 보니 

한 토담으로 지어진 곧 쓰러질듯한 움막에 그 섬의 토착인인 듯한 마을 사람이 누워있는 것이 아닌가?

그 사람의 단잠을 깨울까봐 빨리 후래쉬를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잠시지만 누울 곳을 찾으려는 생각을 접고 

다시 배로 돌아와 앉은채로 아침을 기다리기로 하였다.

                                          

(이 여인이 들고 있는 것은 소똥)

(이 소똥에 짚을 섞어 연료로 사용한다고 함)


돌아와 눈을 감고 앉아 있으니 그 원주민의 모습을 지울 수가 없다.

이불도 없고 이슬만 간신히 피할수 있는듯한 쓰러져가는 움막같은 그곳에 누워있는 모습이 

사람이라기 보다 어느 들 짐승을 보는듯한 느낌이었다.


 필자가 어린시절을 보내었던 조국인 한국은 눈부신 발전으로 

호화로운 아파트에 온갖 먹거리로 넘치지 않은가? 

이제 미국에서의 25년여 생활을 하면서 누렸던 안락하고 풍성한 먹거리등을 떠 올리면서 

한 지구상에 같은 공기를 마시며 하나의 해 아래 햇볕을 쬐면서 

지구 한편에서는 이렇게 풍성하며 넘치게 살고 

다른 한편에서는 짐승처럼 살아야하는 이 괴리 사이에서 잠시지만 참으로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섬 마을들의 모슬렘과 힌두교 마을 사람들에게 복음을 소개하는 모습)


저들과 내가 다른 점이 무었일까?

아무것도 다른 것이 없는데...

저들도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천하보다 귀한 생명인데...

어찌 이리 짐승처럼 살아가야하는 것일까?

날이 새고 마을을 둘러보니 온 섬 전체가 거지모습을 하고 있는 듯하다.

땔감이 없으니 소똥을 말려서 짚을 섞어 연료로 사용하기위해 지천에 널려있고,

온 섬마을의 매콤한 연기 내음에 숨쉬기가 힘들고,

물이 귀하여 세수하기도 어려울 정도니 온통 꾀재재한 모습을 하고 있으며...

시큼한 몸 냄새에 더럽고 추하기만 한 모습들..

그런 환경이니 거의 모든 사람들이 다 환자다.

삶의 무거운 짐에 억눌려 얼굴은 마치 생명없는 조각상같다.

                                                                                                         미소도 표정도 없이 그저 하루 하루 살아 생존하는 일이 목적인양…

                                      

              (필자와 함께 통역하시는 로이선교사님)

미국의 선교사들이 135여년전 한국을 처음 방문하였을때 그들의 눈에 한국사람들의 모습이 이렇게 비춰졌을까?

번역된 성경이 없어서 당시 쪽 복음이라는 작은 성경책을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필자의 증조 할머님은 홍씨로 그 쪽복음이 무었인지 몰랐지만

처음 받아들고 가슴에 감추고 시간날때마다 들여다 보다가 한글을 깨우치셨단다.

한글을 깨우치면서 그 쪽 복음인 성경을 책모서리가 다 닳도록 읽으면서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시며 그 아들을 믿으면 죽어도 다시 살수있다는 부활을 해서 

천국에서 영원히 사는 구원의 도리를 믿게되셨다고 한다.

그후 증조 할머님은 성경을 읽으면서 자녀들에게 

교육을 통한 하나님의 나라의 꿈을 가르치셨고 

그 증조할머님의 교훈으로 필자의 할머니는 

신앙을 가지시면서 자녀들을 양육하여 

많은 자녀들이 목사요 선교사며 교사, 의사, 정치가 작가들을 배출하지 않았던가? 


그 교훈은 어머님을 통하여 필자에게도 전해져서 

필자는 이제 그 복음을 들고 인도의 오지인 순더반을 방문할 수 있게 된것은 

결코 우연일 수 없는 일이라 여겨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만나게 될 이곳 섬 주민들을 주님을 만나는 심정으로 대해야한 다는 다짐을 해본다.

참으로 귀한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생명들...

존귀한 자들이며 귀하게 대접받아야 할 자들이지만 

이땅에 만연해 있는 악한 영들이 자기들의 종으로 삼아 

이러한 비참하고 짐승같이 살게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기회있을때마다 복음을 전하였다.


            (섬 곳곳에 죽은 시신을 화장해서 태우는  화장터를 볼수 있으며 사진의 흰색 작은 가지들은 사람의 뼈라고 한다)


비록 예수님의 이름을 들어본 적 없는 이들에게

기쁘고 복된 소식인 예수님에 관한 소망의 음성이 들려진다면

이들에게도 이 척박한 땅이지만 하나님의 나라의 꿈을 이루는 씨앗이 떨어져 

싹이나고 줄기가 돋아 큰 나무를 이루어 열매를 맺고 

많은 새들이 깃들고 

그 아래 그늘에서 수많은 이들이 그 나무의 열매를 먹는 

풍성한 하나님의 나라가 이루어 지기를 소망해 본다.


(배를 타고 가던중 썰물로 배가 강바닦에 걸려 더이상 움직이지 못하면 겟뻘을 걸아가야했음)